에어로 시티의 매입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한국버스연구회는 두번째 버스 매입에
박차를 가하게 됩니다.
저도 그 현장을 찾아
광주로 가는 프리미엄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마치 제 차를 사는 것 처럼
느껴지는 웅장한 기분에
전날 밤엔 잠 한숨 안자고 왔네요 ^^
광주에서 일행들을 만난 뒤
차량이 있는 곳으로 함께 이동했습니다.
이미 매입에 필요한 절차들이
끝난 상황이었고,
오늘은 이 버스를 끌고
연고지로 이동하기로 된 일정이었습니다.
보시다시피
병원에서 이동식 검진 차량으로
특수 개조해 사용되던 차량이었습니다.
작년까지 정기 검사를 마쳤고,
운행에 필요한 컨디션 유지를 위해
차량 하부에 특히 많은 신경을 썼다는
사실을 듣게 되었습니다.
흙밭에서 차량을 건져내고
차량의 운행상태를 확인한 뒤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생각보다 잘 움직여줘서
다행이었습니다.
영상 제작 당시에는
누군가 이 버스를 매입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제작하였다고 합니다.
시간이 흘러도
구매자는 안나타나고
폐차될 위기에 놓인
버스를 매입하기 위해
연구회가 나서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한국버스연구회의
면허가 있는 두번째 버스가 되었습니다.
에어로 하이데커는 1985년
일본 후소의 MS7 고속버스를
베이스로 현대자동차가 국내에서
출시한 모델입니다.
이 자동차는 1995년에 생산된 모델로
그 전에는 관광버스 용도로
사용되던 차였다고 하는데
얼마 사용되지 못하고
검진버스로 개조했었다는 군요.
국도변 어느 한적한 주유소에서
급한 끼니를 떼웠습니다.
인수인계 당시 기름이 얼마 없었는데
인근 주유소는 문을 닫아
걱정과 고민이 많았다는 지금 차주분의
후일담을 듣게 되었습니다.
나주에서 광주 시내로 들어와
동운고가를 건너
호남고속도로에 진입했습니다.
버덕으로써 각.에어로를 시승해본 건
우리나라에서가 아닌
2015년 러시아에서였습니다.
그 점이 늘 아쉬움으로 남아있었는데
이렇게 한을 씻어냈습니다.
바람이 불면 풍절음이 들리는데
이 차는 출입문도 들썩거리네요
얼마 못가
사람도 식사를 해야해서
백양사 휴게소에 들어왔습니다.
20세기 생산 버스와
21세기 생산 트럭이
한자리에 있습니다.
기분이 묘해집니다.
한국버스연구회측은
이번에 매입한 에어로 하이데커를
다시 고속버스 형태의 모습으로
복원하길 원하고 있습니다.
95년식에 스텐바디 옵션,
하부 냉방 사양의 자동차를
과연 어떤 도색으로 입혀줘야
복원을 잘 했다고 소문이 날지
궁금해집니다.
미얀마에서는 지금도
상당한 개체수가 존재하는
후소 MS7과 달리
한국의 각.에어로는 2000년대 중반까지
러시아, 캄보디아, 라오스 등지에
중고 수출로 보냈으며, 심지어 이젠
그 곳에서도 살아 남은 차량을
찾기는 어려운 실정에 이르렀습니다.
그렇다면 국내는 어떠했을까요?
한국에서의 사정도
각.에어로에겐 녹록치 못했습니다.
2013년부터 현재까지
한국버스연구회에서 추적한
면허가 있거나, 폐차대기중이거나,
창고신세로 전락한 에어로 하이데커는
약 6대로 확인하였으며,
2021년 현재
이들중에 단 두대만이
살아남았음을 확인하였습니다.
이쯤되면 걱정이 앞서게 됩니다.
이런 상황이면
'부품 구하기는 수월할까?' 싶은
우려감이 드는데요
우선 내부에 있는 의료장비들 부터
먼저 처분하고, 지붕을 용접하고
옆구리에 뚫어 놓은 문도 없애야하고...
하부는 짱짱한 대신 숙제가 많이 남아있는
쉽지 않은 자동차입니다.
한가지 다행인 점은
스텐바디에 묻은 페인트는
약품으로 녹이면 원래 모습으로
볼 수 있다고 하니 기대가 됩니다!
백양사 휴게소에서
기름을 마저 넣으러
주유소에 다시 입고합니다.
90년대 생산 버스와
2010년대 생산 승용차가
한자리에 모여 주유 대기중인
모습을 보면서
또 다시 묘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제조사는 같으나
연식이 다르고
시대적으로 추구하는
디자인이 다른 두 모델이
한날 한시, 같은 자리에
공존하고 있는 것
말로 표현하기 힘든 이 벅찬 감정은
포니를 보며 느끼던 것처럼
오래된 버스에서도 동등하게 느껴졌습니다.
한줄에 승용차 세대가
주유할 수 있는 공간에
덩치 큰 버스가 들어오니
승용차 한대 겨우 주유할 수 있는
공간만 남았습니다.
별것 아닌 이 모습에서
현대가 대형 상용차를 역사관에
수집 보존하지 않는 이유를
간접적으로 증명해주는 듯 보였습니다.
외국의 기술과 엔진이 들어가 있어
상징성이 없다 그럼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2006년에 독자개발했다고 자부하는
유니버스의 시제 차량이나
1호차는 과연 보유하고 있을까요?
에어로 하이데커가
현대자동차에게 주는
의미는 상당합니다.
벤츠 고속버스 이후 제대로된
고속버스의 정의와 기틀을
잡아준 모델이기 때문입니다.
그 틀은 에어로 하이클래스를 이어주고
유니버스 노블까지 이어주고 있습니다.
거저 얻어진 기술로
하루 아침에 탄생한
현대 유니버스가 아닙니다.
현대가 오랜 세월 배워왔던 기술과
고객의 피드백을 적극 반영하여
개선한 모델이 오늘날의
유니버스라 생각합니다.
그 시작을
전시 부지에 비효율적이라 외면하고,
외국 기술의 기반이라는 이유로 부정한다면
꽤 유감스러울 것 같습니다.
시속 100키로는 충분히 낼 수 있지만
혹시 모를 돌발 상황에
아이 다루듯 살살 이동하였습니다.
여산 휴게소에 잠시 들러
다른 회원님도 만나뵙고
그리고 다시 출발합니다.
속도계는 놀고 있지만
이 속도가 대략 90키로 정도 되는것 같았습니다.
방송 중계차 대신
관리 삼삼한 와이드 봉고에서
영상 소재를 촬영중인
이종원 대표의 모습입니다.
(원정TV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2017년 전주에서 서울까지
천일고속 하이클래스를 시승한 뒤로
정말 오랫만에 에어로 버스로
차령 터널을 지났습니다.
언제든 탈 수 있었던 차에서
마음만 먹으면 탈 수 있는 차가 되더니
이제는 그러기도 힘든 차가 되었습니다.
지나간 시간들이 아쉽기만 합니다.
짱짱한 컨디션으로
경부고속도로도 누볐습니다.
주말이라 버스전용차로도 타봤지만
역시 지금 한창 현역인
시외.고속버스들이 더 빠르긴 합니다.
마치 자식들 등쌀에 떠밀리는
어느 힘 없는 아버지의 모습 같은
웃픈 상황이었습니다.
아침 일찍 출발했는데
휴게소에서 너무 오래 쉬었는지
저녁이 한참 지나서야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에어로 하이데커는 그 후
차량 검사를 통과하였으며,
적절한 시기를 봐서
차량 복원에 대한 계획을
실행에 옮길 것입니다.
이제 관리와 복원은
한국버스연구회의
몫으로 남았습니다.
쓰다 버릴 비싼 장난감이 아닌
잘 아끼고 보존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오래오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미래 문화유산으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P.S_현대자동차 관계자님들께 부탁드립니다.
보배드림도 모니터링 하신다고 들은 기억이 나네요.
시간이 되시면
홈페이지의 상용차 역사관
연혁 좀 수정 부탁드립니다.
사진속 차량은 에어로 하이데커,
에어로 600은 1988년, 입니다.
고생 하셨어요!
서울에 1986년식 에어로 이코노미 전기형이 남아있는데...그 차도 보존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독일 벰 벤츠 본사가서 박물관 보고 진짜 깜놀했어요.
항상 눈 호강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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