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위한 제언>
통일, 하지 맙시다. 그냥 따로 함께 살면서 서로 존중하고 서로 돕고 같이 행복하면 좋지 않을까요.
통일을 꼭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내려놓읍시다.
단단히 평화를 구축하고 이후의 한반도 미래는 후대 세대에게 맡깁시다.
객관적 현실을 받아들이고 두 개의 국가를 수용합시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에게도 분명히 말합니다.
적대적인 두 개의 국가 관계는 있을 수 없습니다.
평화적인 두 국가, 민족적인 두 국가여야 합니다.
평화 공존과 화해 협력을 전제로 하는 새로운 정책이 제시되기를 바랍니다.
비현실적인 통일 논의는 이제 그만 접어둡시다.
더 이상 당위와 관성으로 통일을 이야기하지 맙시다.
통일에 대한 지향과 가치만을 헌법에 남기고
모든 법과 제도, 정책에서 통일을 들어냅시다.
있는 그대로 상대방을 인정하고
국민의 상식과 국제법적 기준, 그리고 객관적인 한반도의 현실에 맞게 모든 것을 재정비합시다.
헌법 3조 영토 조항을 지우든지 개정합시다.
과거에 남북은 서로 상대를 배제하고 ‘단독’으로 UN에 가입하려는 입장을 고집했으나 냉전 구도에 가로막혀 어느 쪽도 유엔가입을 실현 시키지 못했습니다.
노태우 정부는 1980년대 후반부터 진행된 냉전 해체의 국제정세를 빠르게 활용하면서 적극적으로 북방외교를 추진했습니다.
사회주의 국가들과의 국교 수립에 공을 들였고
1991년에는 남과 북이 UN에 동시 가입하였습니다.
남북이 서로의 실체를 인정하고 국제 사회에서 각각의 독립국 가로 주권을 행사하게 된 것입니다.
이런 현실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영토 조항은 그 자체로 모순일뿐더러 북한과 관련하여 각종 법률 해석을 심각하게 왜곡시키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정비해야 할 문제여서 차제에 용기를 내어 제기합니다.
국가보안법도 폐지하고 통일부도 정리합시다.
그리고 평화롭게 협력하면서 오순도순 살아보자고 주장합니다.
제가 이렇게 강조하는 이유는 통일이 전제되어있음으로 인해 적극적인 평화 조치와 화해 협력에 대한 거부감이 일고 소모적인 이념 논란이 지속된다는 인식 때문입니다.
우선 현시점에서 통일 논의는 비현실적입니다.
상대에 대한 부정과 적대가 지속되는 조건에서 통일 주장은 어떤 형태로든 상대를 복속시키겠다는 공격적 목표입니다.
신뢰 구축과 평화에 대한 의지 없이 통일을 말하는 것은 상대에 대한 공격과 다름없는 것입니다.
북한 붕괴론에 근거한 박근혜 정부의 통일대박론이나 윤석열 정부의 자유통일론이 그 생생한 증거입니다.
우리가 추구해온 국가연합 방안도 접어두자고 제안 드립니다.
국가연합론이 상대에 대한 인정과 존중을 전제로 한다지만 지금의 현실에서
남북이 통일 논의를 지속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연초 진행한 노동당 전원회의와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남북 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공식 규정했습니다.
남쪽을 주적으로 규정하고 대남사업기구들을 정리하는 수순에 들어갔습니다.
조국통일 3대원칙을 폐지하고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을 철거하는 등 통일 지우기에 나섰고 남북이 맺은 모든 합의 들을 사실상 무효화 선언했습니다.
남조선이라는 호칭 대신 대한민국이라 불렀습니다.
기존의 대남 노선에 대한 근본적 변화이며, 연방제 통일론 등을 폐기한 것으로 해석하기에도 충분해 보입니다.
이런 변화된 조건들이 반영되지 않은 통일 논의는 분명히 비현실적입니다.
통일이 무조건 좋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우리 국민들 내부에도 통일에 대한 강한 의구심이 존재합니다.
특히 젊은 세대로 가면 강한 의구심은 강한 거부감으로 나타납니다.
오래된 적대와 대립으로 인해 어느 누구도 통일이 좋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제가 통일을 버리고 평화를 선택하자고 주장하는 중요한 이유입니다.
한반도의 평화와 남북 간 화해 협력을 진전시키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정권이 보수와 진보를 넘나들며 바뀌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합니다.
불가역적인 평화로 가기 위해서는
평화 공존과 화해 협력에 대한 범국민적인 합의를 만들어 내야 합니다.
저는 남북 모두에게 거부감이 높은 '통일'을 유보함으로써 평화에 대한 합의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 개의 국가 상태를 유지하며 남북이 협력하고 나아가 대한민국의 경제 지평을 한반도 전체와 동북3성까지 확장하는 동북아 단일경제권, 동북아 일일생활권을 우리의 새로운 목표로 삼는다면 충분히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면 10년 안에 이룰 수 있는 목표입니다.
새로운 목표와 현실적 접근이 공감을 얻는다면 남북이 신속하게 군사적 긴장을 해소하고 국제 사회와 함께 한반도 비핵화 방안을 마련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통일은 우리 세대의 선택지가 아닙니다. 미래 세대의 권리입니다.
충분히 평화가 정착되고 남북 간에 사람과 물자가 자유롭게 오가며 교류와 협력이 일상으로 자리 잡은 다음에 통일 논의를 시작해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통일 논의를 완전히 봉인하고 30년 후에나 잘 있는지 열어봅시다.
그리고 다시 말씀드리지만 그것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새로운 세대가 결정할 문제입니다.
지금 한반도는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6.25 전쟁 이후 우리는 긴 적대의 시간을 보냈고
김대중 정부 탄생과 함께 6.15, 10.4를 거쳐 4.27과 9.19로 이어지는 협력의 모색기를 지나왔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다시 수십 년을 거슬러 앞이 보이지 않는 적대의 시간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북한은 근본적인 노선 변화를 꾀하고 있고 윤석열 정부 역시 북한을 확고한 주적으로 규정하며 강 대 강 대치로 치닫고 있습니다.
지금의 전환기는 생경하고 매우 위험해서 우리로 하여금 새로운 고민과 상상력을 요구하는 또 다른 성격의 전환기입니다.
다시 정권이 교체되고 권력 지형의 변화가 있더라도 역사의 시계를 판문점과 하노이로 되돌리는 일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같은 조건과 같은 판단으로 남북이 대화를 재개하고 평화 공존을 모색하는 일이 어려울 것이라는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전환기는 위기이면서 기회라고 합니다.
우리는 6년 전 전환기의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경험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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