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용 교수 글
올해부터 한국 프로야구에 AI 심판이 도입되어 스트라이크 판정을 담당하는데, 운영 몇 달만에 의미심장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스타 선수들의 타율은 떨어지고 신인과 무명 선수들의 타율이 올랐답니다. 이제껏 인간 심판들이 유명 선수가 타석에 나오면 스트라이크존을 좁게 잡고 그렇지 않은 선수가 나오면 넓게 잡았던 사실을 방증하는 결과라고 합니다. 인간 심판들 스스로 의식했든 아니든, 유명 선수에게 관대하고 무명 선수에게 야박한 판정을 내려 왔다는 거죠.
편견이나 선입견은 어쩔 수 없는 인간의 한계입니다. ‘인간 판사’들이 부자나 자기와 가까운 사람들의 죄는 좁게 보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죄는 넓게 보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이게 ‘유전무죄 무전유죄’와 ‘친검무죄 반검유죄’ 판결이 반복되고, 양형이 고무줄보다 더 탄력적으로 되는 이유 중 하나일 겁니다.
상식으로 납득할 수 없는 판결과 양형이 잦다 보니, AI 판사를 도입하자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인간이 AI에게 재판 받고 AI가 인간의 양심과 죄의식을 판단하도록 해서는 안 될 겁니다. 법정은 그 어느 곳보다도 ‘인도주의’가 지배하는 공간이어야 합니다.
다만 모든 판례와 사건별 형량을 습득한 AI에게 재판의 사후 평가를 맡기는 건 가능할 듯합니다. 인간 판사가 유죄로 판단했는데 AI가 무죄로 판단한 사건, 인간 판사는 징역 10년을 선고했는데 AI의 판정은 집행유예인 사건 등이 생기면, 사람들이 더 관심을 갖고 들여다 보겠죠. AI를 잘만 이용하면, 선입견과 편견, 확증편향을 교정하려는 의지가 없는 인간 판사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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