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아파트 매물 속속 거둔다…호가도 1억씩 쑥쑥
서빙고 신동아 전용 140㎡
40억5천만원 신고가 경신
이촌동 한강맨션·첼리투스
최근 1억원씩 호가 올려
집무실 이전 발표후 반등
홍남기 "불안심리 재확산"
"연초에 급매물이 이따금씩 나왔는데, 지금은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는 상황입니다. 그나마 있던 매물도 매도자들이 5000만원에서 1억원씩 호가를 높여 부르고 있습니다."(서울 이촌동 A공인중개사 대표)
"집무실 이전 발표 직후에는 재개발 지역이나 중소형 꼬마빌딩쪽으로 매수 문의가 많았는데, 지금은 아파트까지 매수자들 관심이 확대된 상황입니다. 이전에 그치는 게 아니라 용산구 전체가 개발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서울 한강로 B공인중개사무소 대표)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앞두고 서울 용산구 부동산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집무실 이전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용산국제업무지구, 국가상징거리, 용산공원, 경부선·경의선 지하화, 한남뉴타운 개발 등 그동안 오래 지연돼 왔던 용산지역 내 개발 현안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는 것이다. 집주인들은 시장에 내놨던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호가를 상향 조정하며 대응하고 있다.
1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용산구 서빙고동 신동아아파트 전용면적 140㎡(10층)는 40억5000만원에 신고가를 경신했다. 지난해 7월 거래된 같은 전용 물건(13층)의 거래 가격 33억원보다 7억5000만원 오른 것이다. 1984년 준공된 이 단지는 총 1326가구에 달하지만 현재 시장에 나온 물건은 단 2가구뿐이다. 이 단지 전용 95㎡ 물건도 지난 8일 기존 33억원에서 33억5000만원으로 호가가 올랐다. 지난해 7월 거래된 같은 전용 매물 실거래가 25억8000만원 대비 7억7000만원 높은 금액이다.
용산지역 다른 아파트 단지에서도 최근 들어 호가를 높여 부르는 현상이 목격되고 있다. 용산구 이촌동 래미안첼리투스 전용 124㎡(50평형) 매물은 지난 11일 호가를 49억원에서 50억원으로 1억원 올렸다. 이 단지는 올해 1월 전용 124㎡(41층)가 50억9998만원에 거래되면서 3.3㎡(평)당 1억원 선을 뚫었다. 지난해까지 이 단지 50평형 매물은 30억원 후반대에서 40억원 초반대에서 거래됐다.
한강변 최고 68층으로 재건축을 준비 중인 한강맨션도 집주인들의 가파른 호가 끌어올리기가 확인되고 있다. 이 단지 전용 120㎡(2층)는 지난 1월 43억원에 신고가로 거래됐는데 현재 같은 전용 매물의 호가 중 최저가는 43억원이다. 46억원에 나온 매물은 지난달 24일 호가를 1억원가량 올렸다.
인근 A공인중개사 대표는 "재건축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문의는 많지만 최근 집주인들이 호가를 세게 부르고 있어서 실제 거래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며 "매도자들도 일단은 매물을 회수하고 상황을 지켜보자는 심리가 강하다"고 말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4월 첫째주(4일 기준) 용산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2% 상승했다. 규제 완화 기대감이 반영된 강남구(0.02%), 서초구(0.02%), 송파구(0.02%) 등 강남3구를 제외하고는 강북에서 유일하게 오름세를 보였다.
이촌동, 서빙고동 일대 아파트 단지는 부동산 규제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다. 정부는 지난해 5월부터 이촌동 일부 지역과 한강로1·2·3가, 용산동3가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지만 아파트 단지가 밀집돼 있는 곳은 대부분 빠져 있다.
정부는 시장 과열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내놨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3월 들어 규제 완화 및 개발 기대감으로 불안심리가 재확산하는 조짐이 있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이어 "어렵게 형성된 부동산시장 하향 안정화 흐름이 유지·확산되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차기 정부가 부동산시장 안정 기반 하에서 필요한 제도 변화를 모색할 수 있도록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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