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아버지는 제가 연합고사 치르기 이틀전 저혈압으로 쓰러져 돌아가셨습니다.
중3이었던 저는
무능하고 자식에게 관심없는 아버지가 불편했고
육성회비가 밀려 늘 창피했습니다.
늘 성적이 상위권이었던 저는
여상 나와 취직해야한다는 아버지 말씀이 너무 싫어서
아버지 몰래,또 담임선생님의 적극 권유에 몰래 인문계 원서를 썼습니다.
그렇게 아버지는 막내딸이 여상에 진학할꺼라고 아시고는 영영 깨어나지 못하셨습니다.
늘 손가락에 박힌 자잘한 총알 파편을 어루만지시며
여기도 만져봐라.
아부지 아프다.
정강이에도 총알파편이 박혔다. 시며
우울한 얼굴로 어디론가 끝없이 편지를 보내셨습니다.
그리고는 또 한참후
또 거절당했다시며 힘들어 하셨습니다.
내가 나라를 위해 싸우다 몸이 망가졌는데 더 이상 무슨 증거가 필요하냐며 담배를 무셨습니다.
국가 유공자....
결국 아버지는 국가유공자 인정에 필요한 근거들이 부족하다는 답변만 받으시다
환갑도 되기전 세상을 뜨셨습니다
막내딸인 저는 그 날의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었고,
이제는 아버지 얼굴조차 희미합니다.
퇴근길에
얼마전 암수술한 둘째언니를 데리고, 아버지를 모신 절에 다녀온다던
작은 언니에게 안부전화를 했습니다.
좋은 소식이 있다면서.....
아버지가 호국원에 들어갈수있다는 연락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개인정보 등 가족의 연락처를 찾기가 힘들어 너무 오래걸려 죄송하다시며
산소이장도 국가에서 지불한다더군요.
운전하다말고 쏟아져나오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친구중에 나만 나이키가 없었고
나만 프로스펙스 비비화가 없었습니다.
왜 내 아버지는 늘 우울했는지 너무 원망스러웠습니다.
이제서야
내 아버지가 얼마나 외롭고 아프셨을지
얼마나 그 삶이 고단했을지
이제야
이제서야 보입니다.
너무 죄송하고 너무 억장이 무너져서
집에 들어서자마자 펑펑 울었습니다.
남편과 아이가 놀라 무슨 일이냐 묻고.
모르겠어.ㅜㅜ
좋은 일인데 너무 슬퍼
아버지한테 너무 미안하고 죄스러워서. 너무 마음이 아파.
울 아버지가 얼마나 외로우셨을까.
너무 너무 마음이 아파....
스물아홉 딸이 위로해줍니다.
엄마.
엄마는 그 때 어렸었잖아.
ㅜㅜ
비록
그렇게 간절히 원하시던 국가유공자 인정은 못받으셨지만
그래서 연금이니 뭐니 아무것도 없다지만
그래도
너무 늦게 연락드려 죄송하다 했다던 보훈처(?) 직원의 말에
위로가 되네요.
너무 많이 늦었지만
철없는 막내딸의 불효를 이렇게라도 꺼내봅니다.
오늘밤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너무 죄송하고
그립습니다.
아버지가 오늘은 어느때보다 흐뭇하게 지켜보시지 않을까요~^^
0/20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