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0년도 조선군관 갑질 사례
북방에서 여진족가 대치중이던 초급장교가 집에 있는 아내에게 쓴 편지
편지내용
여보야 논밭은 다 소작 줘버리고 당신은 농사 짓지 마 종이 꼬드겨도 당신은 농사 짓으면 안돼
그리고 봇물 있는 논에 모래도 꼈을텐데 기새(아들 이름)한테 가래질 좀 거들라고 해
내 옷도 좀 보내주고 여기 북쪽이 많이 춥네 내가 입던 헌 비단 옷은 보낼테니까 기새한테 물려줘 바늘 여섯개도 사서 보낸다
어머니랑 애들 데리고 건강히 잘 있어 내년 가을에 휴가 나갈게
(다음편지)
여보야 이번에 대규모 군사훈련 갑자기 잡혀서 휴가 짤렸어 집에 못가게 되다니....눈물난다
그리고 상관은 가족 보러 허구한날 집 가면서 나는 못가게 해 무슨 경우야 이게;; 나도 당신하고 애들 보고싶다
한양에선 병사들 훈련도 더욱 높이라고 맨날 편지 보내서 갈구고 평안도쪽하고도 경쟁 해야되고
장교로 승진하고 나니깐 뭐하나 내 맘대로 안되 내가 만약 박박 우겨서 집에 가면 병조(국방부)에다가 보고해서 우리집으로 헌병 보내 영창 넣는다고 으름장이야
어쩔수 없이 당분간은 함경도에서 뺑이 쳐야될거 같아
(다음편지)
지금 승진시험 때문에 한양궁궐쪽에 내려와있어 전국에 장수들 다 모여있네 꼭 합격할게
아 그리고 논밭에 세금 붙는거 납부하는거는 복잡하니까 일단 우리 형한테 내달라고 해
현물 필요하면 박충의댁 가서 바꾸고. 쌀도 찧어 놓고 마을에서 부역할일 생기면 사람 보내면 되고...(중략) 나중에 또 편지 보낼게
사랑해?
“논밭은 다 소작을 주고 농사짓지 마소. 내 철릭 보내소. 안에다 입세. 봇논(洑) 모래 든 데에 가래질하여 소작 주고 절대 종의 말 듣고 농사짓지 마소. 내 헌 비단 철릭은 기새(인명)에게 주소. 그 옷을 복경이(인명)한테 입혀 보내네. 가래질할 때 기새 보고 도우라 하소. 가래질을 다하고 순원이(인명)는 내어 보내소. 부리지 마소. 꼭 데려다 이르소. (중략). 내 삼베 철릭이랑 모시 철릭이랑 성한 것으로 가리어 다 보내소. 분과 바늘 여섯을 사서 보내네. 집에도 다녀가지 못하니 이런 민망한 일이 어디에 있을까. 울고 가네. 어머니와 아기를 모시고 잘 계시오. 내년 가을에 나오고자 하네. (중략).
안부가 몹시 궁금해 계속 쓰네. 집에 가서 어머님이랑 아기랑 다 반가이 보고 가고자 했는데, 장수가 자기 혼자만 집에 가고 나는 못 가게 해서 다녀가지 못하네. 이런 민망하고 서러운 일이 어디에 있을까? 군관에 자원하면 내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네. 가지 말라고 하는 것을 구태여 가면 병조에서 회덕골(집)로 사람을 보내 잡아다가 귀양 보낸다 하니, 이런 민망한 일이 어디에 있을까. 아니 가려 하다가 마지못해 함경도 경성으로 군관이 되어 가네. (중략).
논밭의 온갖 세납은 형님께 내어달라 하소. 공물은 박충의댁에 가서 미리 말해 바꾸어 두소. 쌀도 찧어다가 두소. 고을에서 오는 모든 부역은 가을에 정실이(인명)에게 자세히 차려서 받아 처리하라 하소. 녹송이(인명)가 슬기로우니 물어보아 모든 부역을 녹송이가 맡아서 처리하라 하소. 녹송이가 고을에 가서 뛰어다녀 보라 하소. 쉬이 바치게 부탁하라 하소.”
아내와 가족걱정 집안일 걱정 진급걱정
시대가 흘러도 가장은 변함이 없네....
0/20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