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대림에 장문의 항의 메일 한 통 썼습니다.
일본 불매요? 고등학교 때 쓰던 아이와 워크맨 이후로 일제는 일부러 안 산지 20년 넘었습니다.
애초에 다들 뜯어 말리던 대림을 구입한 이유가 바로, 일제보다 국산 이라는 마음에서 였으니까요.
하지만, 쓰레기는 쓰레기군요.
대림에 보낸 항의 메일에는 동영상 세 개, 통화 녹취록 두 개가 포함되어 있지만
여기에는 그냥 항의 메일 내용만 올려봅니다.
여러분들 생각은 어떠신지 궁금해서요.
저는 오토바이 퀵서비스 기사로 5년간 일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다 일산에서 작은 식당을 하나 개업하게 됐고,
퀵에 쓰던 오토바이, 살 때 부터 다 낡은 중고였고 20년은 족히 된 것 같은 대림 데이스타를 폐차 처리 했습니다.
하지만 식당 일을 하다보니, 시장에 가서 두부니 대파니 하는 자잘한 것들을 구매해 와야 할 일이 자주 생겼고
세금 등등의 문제로 관공서를 찾아야 할 일도 종종 있다보니 오토바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퀵 기사 일을 하던 당시에 친분이 있었던 사람들, 여전히 퀵을 하는 그 친구들은 하나같이 대림 오토바이를 사는 걸 반대했습니다. 중고면 모르겠는데 왜 새 걸 사면서 대림을 사려고 하느냐, 가격 차이도 불과 이삼십 만원 밖에 안 나는데 혼다 PCX 를 사라,
대림은 쓰레기다.
하지만 국산 오토바이 팔아줘야 한다는 생각, 그리고 AS 편의성,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저는 스티저 E 를 신차로 구매했고, 일산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면서 만족스럽게 탔습니다. 누적 운행 거리 4천 킬로 까지는 말입니다.
첫번째 고장은 깜박이 램프가 빠져서, 하우스 안에서 돌아다니다 깨진 것이었습니다.
전구 하나 제대로 못 끼우나 싶어 헛웃음이 났습니다.
고치러 갔더니 대림 서비스 지정점 사장이 뜻밖의 소리를 합니다.
왜 대림을 샀느냐. 대림은 쓰레기다.
4천 킬로가 되니까 계기반이 정신줄을 놓습니다.
유량계는 제대로 된 표시를 못해서 기름이 떨어져 멈췄는데도 여전히 세 칸 남았다는 헛소리를 하지 않나
갑자기 시계가 디폴트 값 12:00 로 초기화 되지 않나, 깜박이를 켜도 무반응이거나 시동 스위치가 말을 듣지 않습니다. 고치러 갔더니 대림 서비스 지정점 사장이 한 마디 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말썽일거다. 대림은 쓰레기다.
계기반 교체하는데 이틀, 교체후 잘 가나 싶더니 주행 중에 갑자기 시동이 꺼집니다.
그리고 한 번 꺼진 시동은 두 번 다시 걸리지 않습니다. 공교롭게도 일산 덕이동에 있는 오토바이 센터 앞을 지나다가 시동이 꺼져 멈춘 것이라서 바로 앞에 있는 센터로 끌고가 수리를 부탁합니다.
못 고칩니다.
오토바이 내장이 다 드러나도록 뜯어서 배선을 보고 휴즈를 갈고 별 짓을 다 해 봤지만 안 걸립니다.
급기야 센터에서 대림 서비스 지정점으로 전화를 걸어 싣고 가라고 합니다. 서비스 지정점에서 트럭이 옵니다.
지정점 기사가 시동을 걸어 봅니다. 안 걸립니다. 이거저거 만져봅니다. 안 걸립니다.
싣고 갑니다. 그리고 다음 날 전화가 옵니다.
"그냥 오늘 아침에 한 번 걸어보니까 바로 걸리던데. 내가 뭐라고 그랬어요. 대림 쓰레기라고 했잖아."
그 다음 고장은 넘어진 적은 커녕 제자리에서 쓰러뜨린 적도 없었던 오토바이의 기름통이 깨져서
휘발유가 질질질 새어 나온 것이었습니다. 고치러 갔더니 서비스 지정점 사장은 또다시 같은 소리를 합니다.
왜 대림을 사서 고생이냐, 대림은 쓰레기다.
고객센터에서는 부품이 없어서 기다려 봐야 한다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해 대고
서비스 지정점 사장은 부품 올 때 까지 아무것도 못하고 기름 새는 오토바이 구경만 합니다.
2017년 11월에 구입, 이듬해 봄에 깜박이 램프, 초여름에 시동꺼짐, 초가을에 계기반 교체, 추석즈음 기름통 교체, 그리고 12월, 겨울이 왔습니다. 이제는 아예 시동 자체가 안 걸립니다. 영상 15도 16도 날씨에도 시동이 안 걸립니다. 그냥 안 걸립니다. 배터리가 완전히 방전 될 때 까지, 그리고 점프용 보조 배터리를 거의 소모할 때 까지 셀 모터를 돌리면 가까스로 걸립니다.
여기까지 오면서 많은 약속시간에 늦었고, 가게 오픈 시간을 못 맞췄고, 손님들이 문잠긴 식당 앞에서 그냥 돌아간 것들 그 모든 일들이 생각나면서 울화가 치밉니다. 고객 센터에 전화를 걸어 한 소리 합니다. 무슨 기술 담당하는 분 전화번호를 알려주면서 거기다 얘기해 보라고 합니다. 그리로 얘기했더니 부품 보내겠다고 합니다.
고쳤습니다.
2주 정도 지났습니다.
여전히 겨울이긴 한데 따뜻했던 어느 날, 어머님이 입원하셨단 소리에 일산에서 서울대 병원까지 병문안을 갑니다. 돌아오는 길에, 서울대 병원에서 일산 대화동까지 왔으니 거의 1시간 가까이 잘 오던 중이었습니다.
일산 대화동, 그러니까 고양시 체육관 앞에서 덕이동 방향으로 신호 대기하던 중 꼭 할리데이비슨 배기음을 닮은 버버버벅 소리와 함께 계기반 불이 전부 나가버립니다. 그리고 오토바이는 안 움직입니다.
당황해서 이리저리 만져보고 이것저것 눌러보다가 핸들을 잠가 버립니다.
그래도 안 움직이는 채 핸들이 잠긴 오토바이를 가까스로 차도 한 복판에서 인도까지 옮기며 수도 없이 지나는 차들을 향해 죄송하다고 머리를 숙였습니다.
인도에 세워놓고 대림 서비스 지정점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 날은 이미 퇴근했으니 다음 날 실으러 가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다음 날 바로 다 고쳤다고 전화가 옵니다. 이유가 뭐냐고 하니까 배터리 방전 이랍니다.
그 때는 정말로 화가 나서 못 견딜 지경이 됐습니다. 1시간 가까이 쭉 주행하던 오토바이가 신호대기 중에 방전이라는게 말이 되느냐 대림 서비스 지정점 사장도 화를 냅니다. 배터리 갈고 시동 걸어보니 잘 걸리는데 나보고 어쩌란 말이냐
내가 말했지 않느냐, 대림 쓰레기라고, 팔아버리라고 한 게 언젠데 이걸 가지고 나한테 분풀이냐
제가 그걸 팔지 못한 이유는 두 가지 입니다. 첫째는 고쳐지겠지 하는 희망이었고, 나중에는 정말 화가 나는데도 불구하고 이걸 싸다고 사 가는 놈들은 보나마나 퀵 기사 아니면 배달대행 같은 놈들일텐데 그 친구들 빤한 주머니 사정에 이런 쓰레기를 넘겨봤자 수리비도 수리비지만, 제대로 일을 못하는 그런 손해를 보게 하는 것, 내가 퀵 기사를 했었는데 그런 손해를 떠넘길 수는 없지 않나. 차라리 그 보다 상황이 나은 내가 붙들고 있는게 낫지.
그래서 판다는 말은 끝까지 안 합니다.
여전히 겨울입니다. 서울대 병원까지 한 번 장거리를 다녀왔으니 좀 낫지 않을까 싶었지만 여전히 시동은 안 걸립니다. 그래서 오토바이를 산 지 딱 1년만에, 덕분에 차를 한 대 구입합니다.
이듬 해 봄, 그러니까 2019년 봄, 시동은 걸리지 않습니다.
2019년 5월, 비로소 살짝 더워질 정도가 되자 비로소 시동이 걸립니다. 하지만 원인을 알 수 없는 전기 계통 문제는 여전해서 그 해 여름 다시 한 번 배터리를 새 걸로 교환합니다. 오토바이 구입 1년 6개월 만에 배터리면 세 번쨰 교환입니다. 아무래도 차가 있으니 봄에 잠깐 타고, 여름에 더워지거나 비가 오면 차로 이동하느라 자주 타지는 못했습니다. 가을부터 다시 타고 돌아다니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10월, 다시 시동이 안 걸립니다.
배터리가 방전될 때 까지 셀 모터를 돌리고 점프용 보조 배터리를 절반 이상 소모할 때 까지 돌리고 돌리면 시동이 걸립니다. 과장없이 30분은 필요한 시동 거는 시간 때문에, 짜증을 견딜 수 없어서 그냥 차를 타고 다닙니다.
그나마도 최저 기온이 영하에 최고 기온 역시 영상 3, 4 도 정도 밖에 오르지 않는 정도가 되면, 아예 시동을 포기합니다. 빌라 촌 사는데, 시동 걸고 있던 어느 날 옆 집 창문이 벌컥 열리면서 할머니 한 분이 소리를 지르셨거든요. 그런 고물 가지고 아침마다 시끄럽게 한다고.
현재 2020년 1월, 어제 날이 좀 따뜻하기에 30분 넘게 또 점프용 보조 배터리를 거의 다 소모시키며 시동을 걸어서 대림 서비스 지정점으로 가지고 갑니다. 어떻게 좀 해 달라, 는 제 말에 사장은 싱긋 웃으며 대꾸합니다.
방법 없어요. 그리고 부품도 없어. 부품 달라고 해 봤자 없어서 못 준대요. 그러니 어떻게 고쳐. 그냥 가세요.
정말로 그냥 가세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왔고요. 이미 너무 자주 들락거렸던 곳이라서 서비스 지정점 사장도 "식당 스티저" 라고 저를 잘 알고 있었고 저 역시도 그 분에게 악감정은 전혀 없었습니다만 솔직히 고쳐달라고 왔더니 그냥 가라는 말에 기분이 좋을 리는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이거 그냥 팔아달라, 그냥 PCX 하나 새걸로 사야겠다. 그랬더니 사장이 대답합니다.
개인 간 거래로 파세요. 이게 어떤 건지 내가 아는데 우리가 어떻게 이걸 매입합니까.
이 글 보시는 대림 관계자 분.
저는 3년 전에 거의 400 만원 가까운 돈을 들여 2만 킬로 정도 타고 다닌 이 오토바이를 팔 수도 없게 됐습니다. 연료비와 오일 교환, 유지 보수 비용을 따져보면 같은 거리를 이동하는 택시비 보다 조금 모자라는 정도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그냥 폐차를 하느니 제가 얼마나 화가 났는지를 조금이라도 어필해 드리기 위해서
성수동인지 창원인지 어딘가 있다는 대림 오토바이 본사 건물 앞에 가져다 놓고 불을 지르려고 합니다. 휘발유를 가득 채워서 말이죠. 뭐가 좀 터지고 불도 붙고 그래야 아마 당신들이 만드는 건지 수입하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당신들 상표를 붙이고 있는 쓰레기가 진짜 쓰레기라는 걸 아주 조금이나마 깨닫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다고 무슨 큰 효과가 있다거나 그 따위를 기대하는 게 아닙니다.
그냥, 이 글을 쓰고 있는 내가 너무 화가 나서요. 다들 쓰레기라고 부르는 걸 혼자서 멀쩡한 걸로 알고 있었으니
스스로가 얼마나 병신처럼 여겨지는지 모르겠습니다. 최소한 이 화풀이는 받아 줘야죠 당신들이.
물론, 조금은 기다려 보겠습니다. 당신들이 제 오토바이를 고쳐 주는지 여부를요.
하지만 고쳐 준다고 해도 저는 남은 일생 전체에 걸쳐 대림은 쓰레기다, 라는 명약관화한 사실의 홍보를 멈추지 않을 것이며 그나마 아무런 조치도 없다면 그간 오토바이 한 대 값 정도는 좀 우습게 생각할 정도는 벌었으니까
화풀이 겸 쓰레기 제조 or 수입사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불 쇼는 한 번 해야 겠습니다.
이렇게 보냈습니다.
여러분이 보시기에 이 오토바이가 수리가 되는 오토바이 일까요.
된다면, 대림이 해 줄까요. 저는 정말로 대림 사무실 앞에 불지르러 갈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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